빠르게 달리는 게 진짜 실력일까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러닝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km만 뛰어도 숨이 막히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죠. 그래서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면서 자연스럽게 기록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초반에 체력이 있을 때 최대한 빠르게 달렸는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금세 체력이 바닥나면서 오래 뛰는 게 불가능했던 거죠.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페이스'라는 사실을, 저는 그때 몰랐습니다.
페이스란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
페이스(Pace)는 1km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km를 7분에 달렸다면 7분 페이스가 되는 것이죠. 여기서 페이스란 단순히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달릴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전략입니다. 마라톤은 짧은 거리 전력 질주가 아니라 장거리 지구력 경기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페이스를 찾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완주의 열쇠입니다.
많은 초보 러너분들이 "빠르게 달려야 체력이 빨리 는다"고 생각하시는데,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훈련의 대부분은 느린 페이스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심폐 기능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키우며, 부상 위험을 줄이는 데는 느린 페이스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 경험상 초반에 속도를 내려다가 중간에 걷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는 체력 문제가 아니라 페이스 과속 때문이었습니다.
국내 러닝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약 1,500만 명이 정기적으로 러닝을 즐기고 있습니다(출처: 문화체육관광부). 하지만 이 중 상당수가 초반 오버페이싱으로 인해 부상을 경험하거나 러닝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페이스 조절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러닝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필수 요소입니다.
초보 러너의 페이스 유지 전략
저는 처음에 페이스를 무시하고 달렸다가 호흡이 완전히 무너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초반 1km는 빠르게 뛰었지만, 갑자기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결국 걷게 되더군요. 이런 현상의 원인은 VO2max(최대 산소 섭취량)를 초과하는 강도로 달렸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VO2max란 운동 중 몸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산소량을 의미하며, 이를 초과하면 유산소 운동이 아닌 무산소 운동 상태가 되어 금방 지치게 됩니다.
초보 러너분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페이스는 '대화가 가능한 속도'입니다. 쉽게 말해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속도죠. 처음에는 이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써보니 이 페이스가 20~30분을 유지할 수 있는 속도였고, 장거리 러닝 능력을 만드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페이스를 유지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처음 5분은 의도적으로 매우 천천히 시작하기
- 호흡이 안정되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 중간 구간에서도 동일한 느낌의 속도 유지하기
- 마지막까지 "아직 여유가 있다"는 느낌 간직하기
호흡과 페이스의 상관관계
페이스가 맞으면 호흡도 자연스럽게 안정됩니다. 반대로 페이스가 빠르면 호흡이 먼저 무너지죠. 호흡수(respiratory rate)가 급격히 증가하고 불규칙해지는 것은 페이스가 과하다는 신호입니다. 여기서 호흡수란 1분당 호흡 횟수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편안한 러닝 시에는 분당 30~40회 정도가 적정합니다.
제 경험상 호흡은 가장 정확한 페이스 측정 도구였습니다. 시계나 앱으로 페이스를 확인하는 것도 좋지만, 몸의 감각을 먼저 익히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호흡이 급해지거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거나, 대화가 불가능해지면 즉시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초보자는 분당 페이스를 30초에서 1분 정도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호흡을 기준으로 조절하는 게 더 정확했습니다.
마라톤에서 흔히 발생하는 실패 패턴은 초반 오버페이싱입니다. 한국마라톤협회 자료에 따르면, 초보 러너의 약 70%가 전반부에서 목표 페이스보다 빠르게 달리다가 후반부에 급격히 속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대한육상연맹). 속도가 계속 변하면 에너지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면 몸의 부담이 줄어듭니다. 저는 이제 출발할 때 의도적으로 천천히 시작하고, 중간 구간에서도 같은 속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 그게 진짜 실력이라는 걸 이제는 알겠더군요.
마라톤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리듬의 운동입니다. 초보 러너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기록이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를 찾는 과정입니다. 목표한 거리를 완주하려면 일정한 페이스 유지가 필수이며, 기록 달성을 위한 페이스보다는 완주를 목표로 한 페이스가 우선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페이스를 목표로 삼는 것입니다. 그래야 부상을 예방하고 러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오늘 달릴 때는 조금 느리다고 느껴질 정도로 시작해보세요.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느 순간 숨이 안정되고 거리가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페이스를 아는 것이 마라톤 완주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