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첫 마라톤을 완주하고 나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완주 자체로는 만족스러웠지만, 이제는 기록 단축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막상 계획을 세우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단순히 더 많이 달린다고 기록이 좋아질까요? 많은 분들이 "꾸준히 뛰면 자연스럽게 빨라진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실제로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짜고 나니 러닝이 훨씬 즐거워졌습니다. 이제는 매일 운동하는 시간이 행복한 루틴이 되었죠.

템포런과 젖산 역치 훈련의 중요성
기록 단축을 위해서는 단순히 거리만 늘리는 게 아니라 속도 훈련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게 바로 템포런입니다. 템포런(Tempo Run)이란 목표 마라톤 페이스보다 약간 빠른 속도로 일정 거리를 달리는 훈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마라톤 목표가 4시간이라면 킬로미터당 5분 40초 정도의 페이스가 목표인데, 템포런에서는 5분 20초 정도로 조금 더 빠르게 달리는 겁니다.
이 훈련이 왜 중요하냐면, 젖산 역치(Lactate Threshold)를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젖산 역치란 운동 강도가 높아지면서 근육에 젖산이 급격히 쌓이기 시작하는 지점을 의미합니다. 이 수치가 높아지면 같은 페이스로 달려도 몸이 덜 피곤해지고, 더 빠른 속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출처: 대한육상연맹).
솔직히 저도 처음엔 템포런이 고통스러웠습니다. 몸이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죠. 하지만 4~5주 정도 꾸준히 하니까 같은 속도로 달려도 숨이 덜 차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10km 정도의 템포런을 포함시키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달라지더군요.
인터벌 훈련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400m나 800m 구간을 빠르게 달리고 천천히 회복하는 걸 반복하는 방식인데, 이건 심폐 능력과 러닝 경제성을 동시에 향상시킵니다. 러닝 경제성(Running Economy)이란 같은 속도로 달릴 때 소비하는 에너지 효율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연비 좋은 차처럼, 적은 힘으로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되는 거죠.
롱런으로 장거리 지구력 키우기
마라톤은 결국 42.195km를 버티는 경기입니다.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30km 지점부터 체력이 떨어지면 기록이 무너집니다. 저도 첫 마라톤에서 35km 이후 급격히 페이스가 느려지는 걸 경험했거든요. 그래서 롱런(Long Run) 훈련이 정말 중요합니다.
롱런이란 주 1회, 긴 거리를 천천히 달리는 훈련입니다. 보통 20~32km 정도를 목표 페이스보다 느리게 달립니다. 이 훈련의 목적은 속도가 아니라 몸을 장거리에 적응시키는 겁니다. 근육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정신적으로도 긴 거리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듭니다.
국내 마라톤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 기준 약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대한체육회). 하지만 이 중 상당수가 체계적인 롱런 훈련 없이 대회에 참가하다가 후반부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롱런은 주간 훈련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처음엔 20km도 부담스러웠는데, 점진적으로 거리를 늘리니까 28km, 30km도 소화할 수 있게 되더군요. 이때 중요한 건 페이스를 지키는 겁니다. 욕심내서 너무 빠르게 달리면 회복이 늦어지고 다음 주 훈련에 지장이 생깁니다.
롱런 시 주의할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목표 페이스보다 킬로미터당 30초~1분 느리게 달리기
- 중간중간 에너지 젤이나 바나나로 에너지 보충하기
- 장거리 후에는 최소 1~2일 충분한 휴식 취하기
테이퍼링으로 컨디션 끌어올리기
대회를 2~3주 앞두고 하는 테이퍼링(Tapering) 단계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테이퍼링이란 대회 직전에 훈련량을 점진적으로 줄여 몸을 회복시키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과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쌓은 체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몸을 쉬게 하는 거죠.
"훈련을 많이 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실제로 테이퍼링 없이 대회에 나갔다가 기록이 안 나온 경험이 있습니다. 대회 1주일 전까지 롱런을 했더니 다리가 무겁고 컨디션이 최악이었죠. 그 이후로는 반드시 테이퍼링 기간을 갖습니다.
테이퍼링의 핵심 원칙은 이렇습니다. 훈련 강도는 유지하되 거리는 줄입니다. 예를 들어 대회 2주 전에는 평소 롱런 거리의 절반인 15km 정도만 달립니다. 대회 1주 전에는 12km로 더 줄이고, 대회 3~4일 전부터는 가벼운 조깅만 합니다. 이렇게 하면 근육에 쌓인 피로가 회복되면서도 몸이 무뎌지지 않습니다.
일부 러너들은 "운동을 안 하면 체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2주 정도의 테이퍼링으로는 체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쌓인 피로가 회복되면서 퍼포먼스가 5~10%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실제로 엘리트 마라토너들도 대회 전 반드시 테이퍼링을 거칩니다.
저는 이번에 12주 훈련 프로그램을 짜면서 마지막 2주를 철저히 테이퍼링에 할애했습니다. 대회 당일 컨디션이 정말 좋았고, 덕분에 목표했던 기록보다 5분이나 빠르게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테이퍼링은 정말 기록 단축의 숨은 비밀 무기입니다.
마라톤 기록 단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템포런으로 속도를 키우고, 롱런으로 지구력을 다지고, 테이퍼링으로 컨디션을 최적화하는 이 세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천천히 달려서 마일리지만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점, 명심하셔야 합니다. 체계적인 계획 하나가 몇 달간의 무계획한 훈련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여러분도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달성 가능한 훈련 계획을 짜서 꾸준히 이어간다면, 다음 결승선에서는 분명 더 빠른 기록으로 골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