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후반부 30km 지점에서 갑자기 다리가 안 풀리는 경험, 하셨을 겁니다.
훈련은 충분히 했는데 막상 레이스에서 힘이 빠지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체력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관리 전략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도 처음 하프마라톤에 도전하면서 15km 지점부터 급격한 체력 저하를 경험했고, 그때서야 영양 보충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글리코겐 고갈과 에너지 보급 타이밍
마라톤을 달릴 때 우리 몸은 글리코겐(Glycogen)이라는 저장 탄수화물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여기서 글리코겐이란 우리 몸이 탄수화물을 근육과 간에 저장해두는 형태를 의미하는데, 운동 중 빠르게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글리코겐 저장량이 대략 30km를 달릴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 체내 글리코겐 저장량은 약 500~600g 수준이며, 이는 약 2,000kcal 정도의 에너지에 해당합니다(출처: 대한운동영양학회).
저는 첫 롱런 훈련 때 에너지젤 없이 물만 마시며 17km를 달렸는데, 무리하지 않은 페이스였음에도 후반부터 명확하게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10km 마라톤과 하프는 정말 차원이 다른 도전이었습니다. 신체가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근력과 에너지 모두 바닥나기 때문이죠.
에너지 보급의 핵심은 타이밍입니다. 대부분의 러너들은 출발 후 40분 지점에서 첫 번째 에너지젤을 섭취하고, 이후 40분 간격으로 추가 섭취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처음 에너지젤을 시도하는 러너라면 반드시 훈련 중에 먼저 테스트해봐야 합니다. 저도 두 번째 롱런 때 에너지젤을 준비해서 먹어봤지만 처음이라 큰 효과를 느끼지 못했고, 섭취 타이밍이나 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수분 섭취도 에너지 관리만큼 중요합니다. 탈수가 발생하면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근육의 에너지 효율도 급격히 감소합니다. 급수대에서는 한 번에 많이 마시기보다 소량씩 꾸준히 섭취하는 게 위장 부담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특히 더운 날씨에서는 스포츠 음료로 전해질(Electrolyte)을 함께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해질이란 나트륨, 칼륨 같은 미네랄을 의미하는데, 땀으로 빠져나간 이 성분들을 보충하지 않으면 근육 경련이나 피로가 빨리 올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 로딩과 레이스 전후 식사 전략
탄수화물 로딩(Carbohydrate Loading)은 대회 2일 전부터 탄수화물 섭취량을 늘려 근육 내 글리코겐 저장량을 최대로 높이는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몸에 에너지를 미리 가득 채워두는 작업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반적인 식단에서는 탄수화물리 전체 칼로리의 60% 정도를 차지하지만, 로딩 기간에는 이를 70% 이상으로 올립니다(출처: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회 며칠 전부터는 밥, 파스타, 감자, 고구마, 빵 같은 탄수화물 중심 식단을 구성하고, 기름진 음식이나 섬유질이 과도한 음식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은 소화 부담을 주고, 섬유질이 많으면 레이스 중 복통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회 전날 저녁에는 흰쌀밥에 닭가슴살, 바나나 정도로 가볍게 먹는 편입니다.
레이스 당일 아침 식사는 출발 2~3시간 전에 마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소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면서도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타이밍이죠. 바나나, 식빵, 에너지바, 죽처럼 소화가 빠른 음식이 적합합니다. 반대로 매운 음식, 유제품, 기름진 음식은 위장 트러블을 일으킬 위험이 있으니 피해야 합니다.
레이스가 끝난 후에도 영양 관리는 계속됩니다. 근육 회복을 위해서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3:1 비율로 함께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초콜릿 우유, 바나나, 샌드위치 같은 음식이 대표적이죠. 운동 직후 30분~1시간 이내를 골든타임(Golden Time)이라고 하는데, 이 시간에 영양을 보충하면 근육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여기서 골든타임이란 운동 후 영양소 흡수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를 의미합니다.
마라톤은 체력만으로 완주하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에너지 관리 전략이 제대로 서 있지 않으면 훈련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레이스 후반에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롱런 훈련 전에 에너지 보급 계획부터 세우고, 대회 며칠 전부터 탄수화물 로딩을 시작하며, 레이스 당일 아침 식사와 중간 보급 타이밍까지 미리 점검하세요. 특히 초보 러너라면 거리에 따른 영양 섭취 기준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보급 방법을 훈련 중에 반드시 테스트해보는 것이 목표 달성의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