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도 첫 풀코스를 완주했을 때 기쁨보다 먼저 든 생각이 "이제 뭘 해야 하지?"였습니다. 42.195km를 완주한 순간의 감동은 분명했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오히려 허전함이 밀려왔습니다.
여러 달 동안 매주 주말마다 LSD(Long Slow Distance)를 뛰고, 인터벌 훈련을 반복하며 쌓아온 시간들이 한순간에 끝났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여기서 LSD란 오랜 시간 천천히 달리며 지구력을 키우는 훈련법을 의미합니다. 많은 러너가 완주 직후 비슷한 감정을 경험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그때는 제가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이야말로 러닝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었습니다.
국내 마라톤 동호회 회원 수는 2023년 기준 약 150만 명에 달하지만, 첫 완주 이후 1년 내 러닝을 중단하는 비율이 약 40%에 이른다고 합니다(출처: 대한육상연맹). 이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완주는 끝이 아니라 전환점이며, 이 시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러닝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기록 단축과 훈련 강도 조절
저는 처음 완주했을 때 기록이 4시간 28분이었습니다. 후반부 페이스 저하가 심했고, 30km 지점부터는 걷다시피 했습니다. 다음 목표를 세울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기록 분석이었습니다. GPS 워치 데이터를 보니 5km 구간별로 평균 6분 20초에서 시작해 마지막 10km는 7분 30초까지 떨어졌더군요. 여기서 페이스(Pace)란 1km를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며, 마라톤에서는 이 페이스를 얼마나 일정하게 유지하느냐가 기록을 좌우합니다.
기록 단축을 목표로 정했다면 훈련 구조를 재설계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가장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 1회 템포런(Tempo Run): 10km를 목표 페이스보다 10~15초 빠르게 달리는 훈련
- 주 1회 인터벌 훈련: 1km를 빠르게 뛰고 2분 휴식을 5~6회 반복
- 주 1회 장거리 러닝: 20~30km를 천천히 완주하며 지구력 유지
템포런은 젖산 역치(Lactate Threshold)를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젖산 역치란 운동 강도가 높아지면서 근육에 젖산이 쌓이기 시작하는 지점을 말하는데, 이 지점을 높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처음 템포런을 시작할 때는 5km 정도로 짧게 시작해서 점차 거리를 늘리는 것이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제가 직접 써본 결과, 12주 훈련 프로그램을 거쳐 두 번째 풀코스에서 4시간 8분을 기록했습니다. 20분 단축이었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욕심을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3시간 50분을 목표로 했다가 훈련 3주 차에 무릎 통증이 왔고, 결국 목표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아마추어 러너의 경우 현재 기록 대비 5~10% 범위 내에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성장할 수 있는 적정선이라고 합니다(출처: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러닝 루틴 정착과 대회 활용
기록 단축만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닙니다. 저는 세 번째 완주 이후 오히려 대회 횟수를 줄이고 러닝 루틴을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주 3~4회 러닝을 유지하되, 매번 기록 갱신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계절마다 한두 개 대회에만 출전하면서 러닝 자체를 즐기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방식이 저에게 맞았던 이유는 스트레스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매 훈련마다 타이머를 보며 "오늘은 왜 이렇게 느리지?"라고 자책하던 시기와 달리, 그냥 뛰는 것 자체가 좋아졌습니다. 아침 러닝을 하면 하루가 개운하고, 저녁 러닝을 하면 업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실제로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코르티솔(Cortisol) 수치를 낮춰 스트레스를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며, 이 수치가 높으면 불안감과 피로감이 증가합니다.
대회는 러닝 루틴을 유지하는 데 좋은 동기부여 수단입니다. 저는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정도 대회를 신청하고 그 사이에는 부담 없이 달립니다. 대회 2개월 전부터는 자연스럽게 훈련 강도가 올라가고, 대회 후 한 달은 회복과 휴식에 집중합니다.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러닝이 억지로 하는 운동이 아니라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커뮤니티입니다. 혼자 뛰다 보면 동기 부여가 떨어질 때가 많은데, 러닝 크루에 참여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주말마다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러닝이 루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는 위안도 얻게 됩니다.
완주 후 다음 단계를 고민한다면, 기록 단축도 좋지만 러닝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느냐를 먼저 생각해보길 권합니다. 1년에 한두 번 대회에서 기록을 세우는 것보다, 10년 동안 꾸준히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길을 선택했고, 지금도 매주 3~4회 러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42.195km를 완주한 당신이라면 이미 충분히 증명했습니다.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러닝 인생을 설계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