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마라톤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저 운동화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무작정 뛰었다가 발목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쉬어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마라톤은 단순히 달리기만 하면 되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요. 초보 러너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준비 과정이 있고, 이를 제대로 따르지 않으면 저처럼 시작도 해보기 전에 포기하게 될 수 있습니다.
러닝화 선택이 왜 중요한가
많은 분들이 집에 있는 일반 운동화로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하지만 3~4회 정도 달리고 나니 무릎과 발목에 통증이 왔습니다. 일반 운동화는 러닝 시 발생하는 충격 흡수(쇼크 업소버, Shock Absorber) 기능이 부족합니다. 여기서 충격 흡수란 달릴 때 발이 지면에 닿는 순간 발생하는 체중의 3배에 달하는 압력을 분산시키는 기능을 뜻합니다.
러닝화를 고를 때는 쿠셔닝(Cushioning)이 충분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쿠셔닝이란 신발 밑창에 들어가는 완충재로, 발과 지면 사이의 충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발볼이 넓은 분이라면 특히 사이즈 선택에 신경 써야 합니다. 평소 신는 신발보다 5mm 정도 여유 있게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달리는 동안 발이 부으면서 앞으로 밀리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제 경험상 15만원대 러닝화보다 8만원대 제품이 제 발에 더 편했던 적도 있습니다. 스포츠 용품점에서 직접 신어보고, 가능하다면 매장 내에서 가볍게 뛰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발에 맞는 러닝화 하나면 마라톤 입문의 절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준비운동 없이 뛰면 생기는 일
저는 발목 부상을 당하고 나서야 준비운동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몸과 마음은 다릅니다. 머리로는 달릴 준비가 되었어도 신체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습니다. 달리기 전 워밍업(Warming-up)은 근육 온도를 높이고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넓혀주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잠들어 있던 몸을 깨워주는 작업이라고 보면 됩니다.
준비운동으로는 다이나믹 스트레칭(Dynamic Stretching)이 효과적입니다. 다이나믹 스트레칭이란 정적인 자세로 근육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면서 관절과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방법입니다. 달리기 전에는 다음과 같은 동작들을 5~10분 정도 해주면 좋습니다.
- 제자리에서 무릎을 가슴 쪽으로 번갈아 올리기 (각 10회)
- 다리를 앞뒤로 크게 흔들어 고관절 풀기 (각 10회)
- 발목을 시계 방향,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기 (각 10회)
- 가볍게 제자리 뛰기 또는 천천히 걷기 (3~5분)
달리기를 마친 후에는 정적 스트레칭(Static Stretching)으로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켜야 합니다. 정적 스트레칭이란 한 자세를 15~30초간 유지하면서 근육을 천천히 늘려주는 방법입니다. 특히 종아리, 허벅지 앞뒤, 엉덩이 근육을 집중적으로 풀어주면 다음 날 근육통이 훨씬 덜합니다. 최근 대한체육회 자료에 따르면(출처: 대한체육회)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생략할 경우 근골격계 부상 위험이 약 40% 증가한다고 합니다.
초보 러너를 위한 현실적인 훈련 루틴
처음부터 매일 달리려고 하면 십중팔구 실패합니다. 저도 의욕이 앞서서 일주일 내내 뛰었다가 3주 만에 지쳐서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초보 러너에게 필요한 것은 강도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입니다. 주 3회, 하루 운동 후 하루 휴식 패턴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첫 목표는 5km 완주입니다. 5km란 보통 성인이 빠르게 걸으면 50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5km를 뛰려고 하면 안 됩니다.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인터벌 트레이닝이란 고강도 운동과 저강도 운동을 번갈아 반복하는 훈련 방법으로, 초보자가 체력을 빠르게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제가 실제로 사용했던 4주 루틴을 소개하겠습니다. 1주차에는 1분 달리기 후 2분 걷기를 20분간 반복합니다. 2주차에는 2분 달리기 후 2분 걷기로 늘립니다. 3주차에는 3분 달리기 후 1분 걷기, 4주차에는 5분 달리기 후 1분 걷기로 점진적으로 강도를 높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20~30분 연속으로 달릴 수 있는 체력이 생깁니다.
달리는 속도는 대화 페이스(Conversational Pace)를 유지하면 됩니다. 대화 페이스란 달리면서도 옆 사람과 말을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뜻합니다. 숨이 차서 말을 할 수 없다면 속도를 늦춰야 합니다. 제 경험상 처음 몇 주는 km당 7~8분 페이스로 달려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빠른 기록이 아니라 부상 없이 꾸준히 달리는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마라톤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운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저는 지금도 주 3회 루틴을 지키고 있고, 그 덕분에 1년 전보다 체력도 좋아지고 스트레스 관리도 훨씬 잘되고 있습니다. 올바른 러닝화, 철저한 준비운동, 그리고 무리하지 않는 훈련 루틴만 지킨다면 누구나 마라토너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첫 걸음은 생각보다 가볍습니다.